1. 자아와 세계의 상호의존성: 조형 언어 ‘◯(공, 空, Emptiness)’  나의 작업은 개인적인 질문에서 시작하였다. “나는 어떤 작업을 해야 하는가?” 라는 작업에 관한 질문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라는 포괄적인 질문으로 이어졌고, ‘나’라는 개인을 넘어 개인과 관계된 세계에 대한 고찰로 이어졌다. 내가 고찰한 세상은 고정된 실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는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며 구성되는 것이고, 자아 또한 독립된 주체라기보다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생성되는 존재이다.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독립된 존재란 없어지며, 이때 존재는 ‘being’이 아닌 ‘becoming’, 즉 상호작용 하며 이루어지는 있는 것이 된다.   상호의존성의 세계를 시각화하기 위해, ‘공(空)’이라는 철학적 개념에 주목했다. 불교에서 ‘공(空)’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자 본질로 여겨지고, 현대물리학에서 ‘진공(眞空)’은 완전히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아닌 계속해서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무수한 입자를 함유하고 있는 상태이다.¹ 즉, ‘공(空)’은 단순히 ‘아무것도 없음(nothingness, 無)’이 아니라 모든 것이 잠재되어 있는 가능성의 공간이다. 존재와 부재, 생성과 해체, 나와 타자—모든 상반된 개념들이 ‘공(空)’ 속에서 동시에 머무를 수 있다.   나는 세상의 본질을 순환과 변화로 이해하며, 그것을 나의 조형 언어로 담아내고자 한다. 동양철학을 기반으로 시각화한 나의 조형 언어 ‘◯(공, 空, emptiness)’은 연결과 순환, 관계망을 상징한다. (이하 ‘◯(공, 空, emptiness)’을 ‘◯’으로 표기) 조형 언어 ‘◯’의 생김새는 [그림 1]과 같이 4종류로 시작했으나, 현재 더 다양한 크기로 작업중이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전개된 시리즈가 바로 <Tantra>다. ‘Tantra²’는 산스크리트어로 연속성, 확장, 연결을 암시하며, 이는 작업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세계관, 즉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성의 흐름과 상호관계적 존재의 구조를 함축하고 있다. <Tantra> 시리즈는 [그림 2]와 같이 조형언어 ‘◯’를 반복적으로 연결하여, 시간, 물질, 감각, 존재 간의 유기적인 상호작용을 드러내며, 삶과 예술을 ‘과정으로서의 존재’로 바라보는 사유를 시각화한다.